음 악/국악, 민요, 판소리

심청가 =젖 동냥 대목 (안향련)

은행골 2007. 5. 1. 15:03






심청가11 - 안향련
이렇닷이 설리 우니 어두운 눈은 더욱 침침허고

<아니리>
그날밤을 새노라니, 어린아이는 기진(氣盡)하고,  어둔 눈은 더욱  침침하여,
날새기를 기다릴제,

<중중머리=계면>
우물가 두레박소리, 얼른 듣고 나갈적에,  한품에 아이를 안고, 한손에 지팽
이, 흩어 짚고, 더듬 더듬 더듬  더듬. 우물가 찾아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초칠(初七)안에 어미 잃고, 기허(飢虛)하며 죽게  되니, 이에 젖좀 먹여주오,
듣고 보는 부인들이, 철석(鐵石)인들 아니 주며, 도척(盜蹠)인들 아니주랴 젖
을 많이 먹여주며, 여보시오 봉사님, 예, 이집에도 아이가 있고, 저집에도 아
이가 있으니 어려이 생각말고 자주 자주 다니시면, 내자식  못 먹인들, 차마
그 애를 굶기리까. 심봉사 좋아라고, 어허 고맙소,수복강녕(壽福康寧) 하옵소
서. 이집 저집 다닐적에, 삼베 길삼 하느라고, 흐히 히히  웃음소리, 얼른 듣
고 들어 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인사는 아니오나, 이애 젖좀 먹여주오. 오
뉴월 뙤얕볕에 김메는 부인들께, 더듬  더듬 찾아 가서, 이애 젖  좀 먹여주
오. 백석청탄(白石淸灘) 시냇가에, 빨래하던  부인들께, 더듬 더듬 찾아가서,
이애 젖 좀 먹여주오. 젖 없는 부인들은,  돈 돈씩 채워주고, 돈없는 부인들
은, 쌀되씩 떠서주며, 밤쌀이나 하여주오. 심봉사 좋아라, 어허 고맙소, 수복
강녕(壽福康寧) 하옵소서. 젖을 많이 먹여 안고, 집으로 돌아  올제, 언덕 밑
에 쭈구려 앉아, 아이를 어룬다.

<늦은 중머리=평계면>
아기 내 딸이야. 아가 아가 웃느냐. 아이고 내 딸 배부르다. 이상 배가 뺑뺑
하구나. 이 덕(德)이 뉘덕(德)이냐. 동리 부인의 덕(德)이다. 너도  어서 어서
자라나, 너의 모친  닮아, 현철(賢哲)하고 얌전하여,  아비 귀염을 보이어라.
어려서 고생을 하면, 부귀다남(富貴多男)을  하느니라. 백미 닷섬에  뉘하나,
열 소경 한막대로구나. 둥 둥  내 딸이야. 금을 준들  너를 사며, 옥을 준들
너를 사랴. 어덕 밑의 귀남(貴男)이, 아니냐. 설설 기어라. 어허 둥둥 내딸이
야.

<잦은 머리=평계면>
둥둥둥 내딸. 어허둥둥 내딸. 어허둥둥  내딸. 금자동(金字童)이냐 옥자동(玉
字童). 주유천하(周遊天下)에 무쌍동(無雙童). 은하수(銀河水) 직녀성(織女星)
의, 네가 되어서 환생(還生). 표진강 숙향(淑香)이 네가 되어서 환생(還生)의.
달가운데는 옥(玉)토끼. 댕기 끝에는 진주(眞珠)씨.  옷고름에 밀화불수(密花
佛手). 주얌 주얌 잘강잘강, 엄마 아빠 도리도리. 어허둥둥 내딸. 서울 가, 서
울 가, 밤 하나 줏어다, 트래박 속에, 넣었더니, 머리 감은 새양쥐가, 들랑날
랑 다 까먹고, 다만, 한 쪽이 남았기에, 한  쪽은 내가 먹고 한 쪽은 너를주
마. 으르르 아나 아가 둥둥 둥둥 어허, 둥둥 내딸.




심청가12 - 안향련
아이 안고 집으로 돌아와

<아니리>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와, 포단(蒲團)  덮어 뉘어 놓고, 동냥차로  나가는
데, 권마성제를 늦은 중중 머리로 나가것다.

<늦은 중중머리=권마성제>
삼베 전대 외동지어, 왼어깨 들어 메고, 동냥차로 나간다. 여름이면 보리 동
냥. 가을이면 나락 동냥. 어린아이 맘죽차로, 쌀얻고 감을 사,  허유 허유 다
닐적에, 그때의 심청이는, 하늘의 도움이라, 일취월장(日就月將) 자라날제 십
여세(十餘歲)가 되어가니, 모친의 기제사(忌祭祀)를, 아니잊고 할줄 알고, 부
친의 공양사(供養事)를 의법(依法)이  하여가니, 무정세월(武情歲月)이  아니
냐.




심청가13 - 안향련
하루난 심청이 부친 앞에 단정히 꿇어 앉어


<아니리>
하루는 심청이, 부친전(父親前), 단정(端正)히 꿇어 앉아, 아버지  오냐, 오늘
부터는 제가 나가,  밥을 빌어, 조석공양(朝夕供養)  하오리다. 여봐라 청아.
네말은 고마우나, 내 아무리 곤궁(困窮)한들, 모남독녀 너를 내보내, 밥을 빈
단 말이, 될법이나 한 말이냐. 워라 워라 그런 말마라.

<중머리=계면>
아버지 듣조시오. 자로(子路)는  현인(賢人)으로, 백리(百里)에  부미(負米)하
고, 순우의(淳于意) 딸 제영(提榮)이는, 낙양옥(洛陽獄)에 갇힌 아부 몸을 팔
아 속죄(贖罪)하고, 말못하는 가마귀도, 공림(空林) 저문날에 반포은(反哺恩)
을 할줄 아니, 하물며 사람이야,  미물(微物)만 못 하리까. 다 큰  자식 집에
두고, 아버지가 밥을 빌면, 남이 욕(辱)도 할 것이요, 천방지축(天方地軸) 다
니시다, 행여 병이 날까 염려오니, 그런 말씀을 마옵소서.

<아니리>
여봐라 청아. 너 그 이제 한 말은 어디서 들었느냐. 네 성의가 그럴진대, 한
두집만 다녀오너라.

<늦은 중머리=계면>
심청이 거동 보아라. 밥 빌러  나갈 적에, 헌베 중의(中衣) 다님  매고, 말만
남은 헌치마에, 짓 없는  헌저고리, 목만남은 질보선에,  청목휘항(靑木輝項)
눌러 쓰고, 바가지 옆에  끼고, 바람맞은 병신처럼,옆걸음  처나갈적에, 원산
(遠山)에 해비치고, 건넛 마을 연기(煙氣) 일제,  주적 주적 건너가, 부엌 문
을 다달으며, 애긍(哀矜)이 비는 말이, 우리 모친, 나를 낳고, 초칠(初七)안에
죽은 후에, 앞 어둔 우리 부친 나를 안고 다니시며, 동냥젖 얻어 먹여, 요만
큼이나 자랐으되, 앞 어둔 우리 부친, 구(救)할 길이 전혀 없어,  밥 빌러 왔
아오니 한술씩만 덜 잡숫고 십시일반(十匙一飯) 주옵시면, 추운 방 우리부친
구완을 하것내다. 듣고 보는 부인들이, 뉘아니 슬퍼하리.  그릇밥 김치 장을,
아끼지 않고 후이 주며, 혹은 먹고 가라하니, 심청이 엿자오되,추운 방 우리
부친 날 오기만 기다리니, 저 혼자만 먹사리까, 부친전에가 먹것내다. 한 두
집에 족한지라, 밥빌어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 올제, 심청이  하는 말이, 아
까 내가 나올 때는 원산(遠山)에  해가 아니 비쳤더니, 벌써  해가 둥실 떠,
그새에 반일(反日)이 되었구나.

<잦은 머리=계면>
심청이 들어 온다. 심청이 들어 온다. 문전에 들어서며, 아버지 춥긴들 오직
하며, 시장낀들 아니리까. 더운 국밥 잡수시오. 이것은  흰밥이요, 이것은 팥
밥이요, 미역튀각 칼치자반, 어머니 친구라고, 아버지 갖다드리라 하기로, 가
지고 왔아오니, 시장찮게 잡수시요. 심봉사가 기가막혀, 딸의  손을 끌어, 입
에 넣고 후후 불며, 아이고  내딸 춥다 불쬐어라.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이 지경이 웬 일이냐.




심청가14 - 안향련
그렁 저렁 심청이 나이 십오세가 되어 가니


<아니리>
세월(歲月)이 여류(如流)하여, 심청 나이  벌써, 십오세가 되었구나. 효행(孝
行)이 출천(出天)하고, 얼굴이 또한 일색(一色)이라. 이렇듯  소문이, 원근(遠
近)에 낭자(狼藉)하니  하루는 무릉촌(武陵村),  장승상댁(張承相宅) 부인(夫
人)이 시비(侍婢)를 보내어, 심청을  청(請)하였것다. 심청이, 부친께 여짜오
되, 아버지 무릉촌(武陵村),  장승상댁(張承相宅) 부인(夫人)이  시비(侍婢)를
보내어, 저를 청하였아오니, 어찌 하오리까. 심봉사 좋아라고  어따 아야. 그
댁 부인과, 너의 모친과는 별친(別親) 하게 지냈니라. 진즉 찾아가서, 뵈올것
을, 청하도록 있었구나.  어서 건너가되, 아미(蛾眉)를  단정히 숙이고, 묻는
말이나 대답하고, 수이다녀 오너라. 응. 심청이 부친  허락을 받고,

시비따라 건너 간다. 무릉촌을 당도하야 승상댁을 찾아 가니, 좌편(左便)은
청송(靑松)이요, 우편(右便)은 녹죽(綠竹)이라. 정하(庭下)에  섰는 반송(般松),
광풍(狂風)이 건듯 불면, 노룡(老龍)이 굼니난듯. 뜰 지키는 백두루미, 사람
자태 일어 나서, 나래를 땅에다, 지르르 끌며 뚜루  낄룩, 징검 징검 와룡성이
거의하구나.




심청가15 - 안향련
계상루으 올라가니 부인이 반겨 허여

<느린 중중머리=평조>
계상(階上)에 올라서니, 부인이 반기하여, 심청 손을 부여잡고,  방으로 들어
가, 좌(坐)를 주어 앉힌 후에, 네가 과연  심청이냐. 듣던 말과 같은지라. 무
릉(武陵)에 내가 있고, 도화동(桃花洞)  네가 나니, 무릉(武陵)에 봄이  들어,
도화동(桃花洞) 개화(開化)로다. 네, 내 말을 들어봐라.  승상(丞相)일찍 기세
(棄世)하고, 아들이 삼형제(三兄弟)나, 황성(皇城)가  등양(登揚)하고, 어린자
식(子息) 손자 없어, 적적(寂寂)한 빈방안에 대하느니 촛불이요, 보는것 고서
(古書)로다. 네 신세를 생각하면 양반(兩班)의  후예(後裔)로서, 저렇듯 곤궁
(困窮)하니, 나의 수양(收養)딸이  되여, 내공(內攻)도  숭상(崇尙)하고, 문필
(文筆)도 학습(學習)하야, 말년(末年)재미를 볼까하니, 너의 뜻이 어떠하뇨.

<아니리>
심청이 이말 듣더니, 앞 못 보는 어버지는, 저를, 아들 겸 믿사옵고, 저는 부
친을 모친 겸 믿사오니, 분명 대답 못하것내다. 기특(奇特)타 내딸이야, 나는
너를 딸로 아니, 너는  나를 어미로 알어라. 심청이  여쩌오대, 추운방 우리
부친, 날 오기를 기다리니, 어서건너 가겠내다. 부인이 허락을 하되, 비단(緋
緞)과 양식(糧食)을 후(厚)히 주며, 시비(侍婢)와  함께 보낸지라. 그때의 심
봉사는, 적적(寂寂)한 빈 방 안에, 딸 오기를 기다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