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악/국악, 민요, 판소리

각설이 타령 = 지창수

은행골 2007. 5. 1. 14:35

 

★각설이 타령★

 

<각설이타령>




애초에 각설이타령이란 이름을 달고 태어난 노래는 없다. 남의 밥을 빌어먹는 주제에 어깨를 들썩일만한 신명이야 있었겠는가. 각설이타령이 등장한 것은 일제의 수탈에 논밭뙈기를 거덜내고 유리걸식의 길에 들어선  민초들이 늘어났고 급기야 떼로 몰려다니는 ‘떼거지패’들이 등장하면서 부터다.

무엇이든 떼를 이루다보면 그들의 존재를 알릴 주제가가 필요한 법이다. 떼거지들도 그들만의 주제가를 찾던 차에 때마침 쇠락의 길로 접어든 보부상들이 내팽개친 '장타령'에 눈길이 갔고 그것을 줏어다 ‘각설이타령’으로 둔갑시키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 각설이타령을 지금의 ‘품바타령’으로 정착시킨 사람이 전라도 무안출신의 김시라시인이다. 그는 어려서 조선의 4대 걸패였던 무안떼거지패 집단촌과 이웃하여 그들이 불러대는 각설이타령을 옆구리에 꿰고 자랐다. 그런 인연으로 각설이타령 하나 만은 자신있었고 어찌하여 마을공연을 갖게 되었는데 그 반응이 대단하더라는 것이다. 거기서 힘이 붙어 전라도 제일의 각설이 공연꾼으로 내달았다가 마침내 ‘품바타령’으로 개명하여 서울까지 치고 올라와 동숭동 연극계를 점령하게 된 것이다.

순전히 품바공연 하나 만으로 3,000회를 돌파하고 그 기념으로 세계순회공연도 갖게 되었는데 가는 나라마다 대성황이었단다. 이것이 5,000회를 넘고 8,000회를 넘겨 기네스북에 단일품목 세계 최장기공연으로 기록되었을 정도이니 우리 민족의 각설이에 대한 향수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필자도 각본에 동참했던 김시라 풍의 품바타령은 앞에 소개한 장타령을 모두 뒤섞어 짜집하고 중간중간에 역사의 아픔을 달래는 한풀이를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전국팔도에 깔려있는 각설이공연패 모두가 이 김시라풍의 타령을 들고 다니며 밥을 빌어먹고 사는 형편이다. 따라서 별도의 소개는 필요치 않고 여기서는 북한지방에 구전되다가 걸식을 강제로 금지하는 북한정권에 의해 땅속에 묻혀버린 소위 북한판 각설이타령만을 소개하기로 한다.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와서

문전마다 문안인사 복받으시라 찾아왔소

이래봬도 이 몸은

정승판서 자제로 태어?/SPAN> 팔도감사 마다하고

돈 한푼에 팔려서 각설이로 나섰소

얼씨구씨구 들어가니 밥 한덩이 얼음덩이

절씨구씨구 들어가니 보리밥덩이 쉰덩이

우리 부모 날 낳아 효력을 보시려다

병신의 자식만 보았소

병신의 팔자 기박하여 문간마다 다니며

설음의 사정을 합네다

일전에 한 푼 안주면 거지나 생활 못하겠소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지자나 타령이 들어간다

올려바지는 치바지

내려바지는 막바지

사나이 바지는 통바지

에미나 바지는 밑바지

여름바지는 홑바지

겨울바지는 핫바지

진짜바지는 아바지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또 한 대문 들어간다 질자타령이 들어간다

시냇가에 빨래질

나무등걸에 도끼질

만고풍년에 도리깨질

조정양반은 삿대질

삿또나리는 호령질

포졸나리는 곤장질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또 한 대문 들어간다 일자타령이 들어간다

일자나 한 장 들고 봐

일남에 촉기는 정신골 일자나 무식은 판무식

이자나 한 장 들고 봐

이태백이 노든달 허공중천 높이 떠

동서나 사방을 다 밝히고

삼자나 한 장 들고 봐

삼신산에 불로초 죽을 사람을 살리고

사자나 한 장 들고 봐

사신행차 네 기둥 사위자식도 반자식

오자나 한 장 들고 봐

오관참장 관운장 에꺽데꺽 사개장

사기가 많아서 못봤네

육자나 타령 들어간다

육자 미투리 신천장 신날이 끊어져 못보고

칠자나 한 장 들고 봐

칠년대한에 왕가믐 깨깨나 깨깨나 말랐네

팔자나 한 장 들고 봐

팔월추석 야추석 돗자리 지고 등산간다

구자나 한 장 들고 봐

구십 먹은 평양감사

아랫목에 밥상놓고 윗목에서 똥싼다

장자나 한 장 들고 봐

장터마다 돌면서 한푼 두푼 얻어서

장가밑천 할랬더니 나리나리 개나리

일본도 찬 순사나리 호락질에 털렸네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귀자나 타령 들어간다

아이난데는 기저귀 상처난데는 더덩귀 

두발로뛰는 까마귀 논바닥에는 멱자귀

소잡은데는 뼈다귀 말죽은데는 각다귀

얼씨구씨구 잘한다 절씨구씨구 잘한다

기름동이나 먹었는지 미끈미끈 잘한다

술잔꽤나 빨았는지 수리술술 잔한다

우리 부모 날길러 곱게곱게 길러서

이런 병신 돼가지구 문간지키려 다니나   

한푼을 줘도 내 밑천 두푼을 줘도 내 밑천

얼씨구씨구 잘한다 절씨구씨구 잘한다

이때마침 어느때냐 양춘가절에 분명하다

어화춘절 동무님들 이내말씀 들어보소

꽃은피어 만발하고 잎은피어 왕성하고

룡춘화답 뭇새들은 쌍거쌍래 날아든다

만화만엽 방창한데 구경가세 구경가세

여러동무 작반하여 명승지를 찾아가세

칠성문안 돌아들어 천지산천 둘러보니

모란봉은 국산되고 장광산이 안태로다

뒷짐지고 스리슬슬 최승대에 올라가서

사방팔방 망견하니 좌청룡에 우백호에

태평양이 저기로다

장성일면 용용수는 만경대로 흘러내려

보통강과 합수되어 음양배합 절묘하다

대야동두 점점산은 만고불변 용감함이

대군자의 절개로다

삼층루각 대동문은 반공중에 솟아있고

놀기좋은 련광정은 운문중천 쌓였구나

을밀대에 오는봄은 춘광춘색 분명하다

보통문의 송객정은 리별아껴 설워말라

인간리별 만사중에 고금이래 리별이라

영영사를 돌아드니 목탁소리 처량하다

현무문을 구경하고 기자릉에 찾아가서

삼배참신 헌향후에 일보일보 걸어가서

금준문을 얼핏지나 관왕묘에 당도하니

삼국시대 기세인지 관공님의 홍안삼수

우렁차기 짝이없다

능라도의 수양버들 실실이도 늘어졌네

황금빛깔 꾀꼬리는 제이름을 제가불러

꾀꼴꾀꼴 꾀꼴꾀꼴 청량하기 그지없다

반월도에 물소리는 강안수심 자아낸다

청류벽을 옆에끼고 양각도를 망견하니

강안색채 그윽하다

휘황스런 정신으로 일보일보 내려와서

대동강에 세수하니 새정신이 드는구나   

나라뺏긴 설움에도 새정신이 드는구나

이 정신을 들고가서 골목골목 누비며

독립만세를 부르다가 피를 쏟고 순절할까

한푼 두푼 모아서 독립자금을 보탤까.

얼씨구씨구 잘한다 절씨구씨구 잘한다

뉘집 자제가 모여서 동무동무 어깨동무

대한남아의 기세로다

                                          -북한의 각설이타령


중중모리로 내달리는 각설이타령은 곡이 경쾌해서 듣는 이들로 하여금 흥을 불러일으키는 효과적 기능을 지니고 있다.

남의 집을 들어갈 때 ‘얼씨구씨구 들어간다’라는 후렴구를 반복함으로써 자신들이 왔음을 미리 알리고 구걸을 사정하는 예의적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정승판서의 자제로 팔도감사를 마다하고 돈 한푼에 팔려서 각설이로 나섰다’는 구절에서 보여주듯 옛날의 동냥치들은 어느정도의 자존심도 유지하고 있다. 귀한 목숨으로 태어나 부귀영화도 누릴 수 있으나 조선말기의 탁한 조정에 빌붙는 탐관오리가 싫어 차라리 각설이가 되었다는 해학은 무한 자유인으로서의 긍지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

각설이타령이 비록 걸식하는 거렁뱅이들의 노래이기는 하나 나라를 걱정하는 투사적 면모와 함께 유유자적하는 풍류는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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