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물길을 바꾼 사람
지금은 대동강이 평양을 가로질러 흐르지마는 옛날에는 그게 그렇지 않았다.
평양에서 이십 리나 떨어진 곳에 대동강이 흘렀다는 게야.
그래서 평양 사람들이 참 고생을 많이 했다는 거다.
물을 길어다 먹어도 이십 리 떨어진 대동강 물을 길어다 먹고, 빨래를
해도 이십 리 떨어진 대동강 물에서 빨래를 했으니 그 고생이 어디 보통 고생인가?
이 때 평양에 물장수가 한 사람 살았다.
대동강이 워낙 머니까 돈푼이나 있는 사람들은 물을 길어다 쓰지 않고
물장수한테서 사다가 썼다.
그런 사람들한테 대동강 물을 길어다 파는 물장수가 살았다.
이 사람이 하루는 종일 물을 길어 팔고 돈을 몇 푼 벌어서, 그 돈으로
저녁거리 사 가려고 장터에 갔다.
장터에 가 보니 웬 사람이 큰 함지에 잉어 한 마리를 잡아 가지고 와서 팔려고 내놨다.
팔뚝만한 잉어인데, 이 놈이 사람을 지긋이 올려다보는 것이 살려 달라고
그러는 것 같더란 말이지. 어찌 보니까 눈물을 흘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것 참 불쌍해서 도저히 안 되겠거든.
「에잇, 오늘 저녁거리 못 사더라도 저것은 살려 주고 봐야겠다」
이렇게 마음 먹고 그 잉어를 샀다.
돈을 달라는 대로 다 주고 샀는데, 이걸 살려 주려면 대동강까지 가야 된단 말이야.
그 길로 잉어를 물통에 담아 가지고 물지게를 지고서 대동강까지, 이십리를 냅다 달려갔다.
그 동안 행여 잉어가 죽을세라 혼이 빠지게 달려가서 대동강 물에다 넣어 줬다.
다행히 잉어는 살아서 펄떡펄떡 헤엄을 치며 물 속으로 스르르 사라진다.
그러고 나서 돌아오는데, 강 언덕에 이르니까 어디서 나타났는지 웬 초립
동이가 앞을 딱 가로막는다.
『어르신, 잠깐 저를 따라오십시오』
따라갔더니 도로 물가로 가서 등에 업히라는 거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머뭇거리니까,
『놀라지 마시고 업히십시오. 저는 용궁에 사는 용왕의 셋째 아들인데,
세상 구경하러 나왔다가 낚시꾼에게 잡히는 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르신께서 구해 주신 덕분에 목숨을 건졌지요. 아버님께서 이 일을
아시고 얼른 가서 모셔 오라 하셔서 왔습니다. 그러니 얼른 업히십시오』
하거든. 그래서 등에 업혔더니 쏜살같이 물 속으로 들어가는 거다.
물 속에 들어가도 아무렇지도 않더래.
눈도 뜨고 숨도 쉬고 말도 하고, 환하게 빛이 나서 말짱 다 보이고, 뭍이나
매한가지더란 말이지.
한참 들어가니까 으리으리한 기와집이 나오는데 그게 바로 용궁이다.
열두 대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휘황찬란한 빛이 나고 사람들이 비단옷을
입고 왔다 갔다 하는데, 큰 대청에 용왕이 턱 앉아 있는 거다.
눈은 화등잔 같아서 불이 철철 흐르고 머리에는 산호관을 썼다.
그런 용왕이 앉았다가 반갑게 맞으면서 대접을 하는데, 참 기가 막히게
잘 차린 상으로 대접을 한다.
번쩍번쩍하는 자개상에 듣도 보도 못한 진귀한 음식을 잔뜩 차려 놓고
풍악을 울리면서 식사 대접을 하는 거다.
물장수는 아주 잘 먹었다. 사흘 동안 대접을 받고 나니 집 생각이 난다.
그래서 이제 가야겠다고 나서니까 용왕이,
『뭐든지 소원이 있으면 하나만 말하라』하는 거다.
이 사람이 욕심이 많았으면 금은보화를 달라고 그랬겠지마는 그러지를 않고,
『다른 소원은 없고, 지금 대동강이 평양에서 너무 먼 까닭에 사람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으니 대동강 물길을 돌려 평양 가까이 흐르게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했다. 그러니까 용왕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니,
『아무 날 아무 시에 큰 비를 내려 물길을 바꿀 것이니, 평양 백성들에게
알려 모두 피하도록 하라』이러거든.
잘 알았다고 하고, 올 때 업혔던 셋째 아들 등에 업혀서 물 밖으로 나왔다.
이 사람이 그 길로 평양 감영을 찾아가서, 아무 날 아무 시에 큰 비가 내릴
것이니 사람들을 모두 피난시키라고 했다.
그런데 평양감사고 육방관속이고 간에 누가 그 말을 믿어야 말이지.
다들 정신 나간 놈이 미친 소리를 한다면서 거들떠보지를 않는다.
할 수 없이 장터고 마을이고 온 데를 돌아다니면서 백성들한테 소리를 쳐
알렸다. 그러니 이 사람 말을 믿는 사람은 피난을 가고, 믿지 않는 사람은
안 가는 거다.
며칠이 지나서 용왕이 비를 내리겠다고 한 날이 되니까 갑자기 천둥벼락이
치면서 비가 마구 쏟아지는 거다.
온 동네가 물바다가 되고 강이 넘쳐 흐르면서 천지개벽을 하는 거다.
그렇게 사흘 밤낮을 비가 내리더니 날이 활짝 개는데, 그제서야 가만히
보니까 대동강 물길이 바뀌었다.
이십 리나 떨어진 곳을 흐르던 강이 평양 한복판으로 흐르더란 말이지.
그 다음부터 평양사람들이 물 걱정 안 하고 살게 되었다.
그 때 물장수 말을 들은 사람은 다 살고, 말을 안 듣고 피난 안 간 사람은
죄다 죽었다는 거다.
그러니까 지금 평양 사는 사람들은 다 그 때 물장수 말을 믿고 피난을 간
사람들 후손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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