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터/아름다운 시

[스크랩] 먼 그대에게(영상 : 바람길님)

은행골 2006. 1. 30. 16:51


먼 그대에게 / 이복란




생의 골을 가만 더듬다 보면
유년의 끊어진 고무줄 놀이 처럼
준비도 없이 떠난 몇 개의 이별,
喜悲 엇갈린 반칙의 놀이도 끝이나고
휴식같이 홀가분한 이별이었노라고
다시는,
놀이를 하지 않겠노라던 맹서는
존재의 저쪽에서 맥없이 깨어지고
순수의 심연에서 뻗어오른 꽃가지 위에
달빛 시리도록 하얗게 지는 구절초.
끝내,
잎새는 시들어도 향내로 남아
나를 찾다
나를 찾아
바람 소리
빗 소리,
풀 벌레 소리 들으며 가는 그 길위에서
목 놓아 노래 할지니
먼 그대여
묻지 마시게,
가는 길 어드메냐고...








 
출처 : 블로그 > 외딴방 | 글쓴이 : 치자향기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