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 강/의학상식

고혈압 예방법

은행골 2008. 12. 15. 16:16

美, 정상혈압 120/80 미만으로 낮춰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 | 기준
세계보건기구 등 경계 혈압 기준 낮추고 세분화 추세...140/90mmHg 이상일 땐 치료 받아야

고혈압은 정상보다 혈압이 높은 증상을 가리킨다. 고혈압은 성인의 20~30% 정도에서 발견될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며 관동맥(심장을 둘러싼 동맥) 질환, 뇌졸중, 신부전과 같은 심각한 심혈관 합병증의 주요 위험 요인이다.

역학 조사에 따르면 혈압이 높아질수록 뇌혈관(머리 속의 핏줄)질환이나 관동맥질환 등의 합병증은 비례해서 늘어난다.

예컨대 수축기 혈압(최고혈압)이 115mmHg에서부터 20mmHg씩 상승할 때마다, 이완기 혈압(최저혈압)은 75mmHg에서부터10mmHg씩 오를 때마다 뇌졸중이나 관동맥질환의 발생이 2배씩 증가한다.

 

정상 혈압과 고혈압을 구분하는 이상적인 기준은 없지만 현재 사용하는 고혈압의 기준은 140/90mmHg 이상인 경우이다. 이는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를 가리킨다. 단 측정치로는 급성질환이 없으면서 강압제를 복용하지 않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에 대해 일주일 이상의 간격을 두고 편안한 상태에서 2회 이상 측정한 결과를 사용한다.

의학적으로 엄밀하게 고혈압의 기준을 정의하자면 ▲심혈관계 합병증에 의한 사망률이 높아지는 혈압의 정도이며▲이렇게 높은 혈압을 치료함으로써 합병증이나 사망을 줄이고 ▲ 공중보건학적으로 치료에 따른 손해보다 이익이 크며 ▲ 치료받는 환자나 치료하는 의료진이 너무 힘들지 않고 효율적으로 조절 가능한 혈압을 가리킨다.

 

고혈압을 진단할 때는 혈압이 지속적으로 상승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한 번 측정으로 혈압이 상승하였다고 고혈압으로 진단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고혈압 전단계를 판정하는 기준은 미국과 국제기준이 조금 다르다. 2003년에 발표된 미국보건원의 고혈압 합동위원회(JNC) 제7차 보고서에선 정상혈압의 기준을 6차 보고서에서의 130/85mmHg 미만에서 120/80mmHg 미만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역학 조사의 결과를 받아들인 때문이다.

정상혈압(120/80mmHg)과 고혈압(140/90mmHg) 사이의 혈압은 고혈압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고혈압 전단계(Pre-hypertension)’로 이름붙였다. 이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겐 운동, 식이요법 등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고혈압의 발병과 그로 인한 합병증의 발생을 줄일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반면 2003년에 발표된 유럽심장학회나 세계고혈압학회 및 세계보건기구의 지침에는 130/85mmHg 미만을 정상혈압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경우의 정상혈압(130/ 85mmHg)과 고혈압(140/90mmHg) 사이는 ‘높은 정상(High normal) 혈압’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렇게 정상혈압과 고혈압 사이를 세분하는 추세는 결국 고혈압의 기준이나 분류를 보다 엄격하게 함으로써 심혈관질환이나 뇌졸중, 신부전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미리 예방하는 데 목적이 있다.

 

고혈압의 진단과 조절에는 주기적으로 정확하게 혈압을 측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혈압계에는 수은주, 아네로이드, 전자 혈압계 등이 있으며 병원이나 가정 등 사용 장소나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혈압계를 이용할 수 있다. 수은주 혈압계가 가장 대표적이며 정확하기 때문에 다른 기계들은 주기적으로 수은주 혈압계와 비교해서 보정해 줘야 한다. 최근엔 가정에서 전자 혈압계를 이용해서 측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엔 감지 장치의 위치나 측정방법에 따라 오차가 클 수 있으므로 가정과 병원에서 잰 혈압에 차이가 큰 경우엔 병원에 혈압계를 가져와서 비교하며 검증해야 한다. 또 팔목이나 손가락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기구들도 있으나 측정할 때마다 차이가 커서 고혈압 환자에서 사용하기에 바람직하지 않다.

▲ 수은주 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하고 있다.

 

5분 이상 휴식 취한 후 측정

병원 진료실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경우엔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편안히 앉은 자세에서 적어도 5분 이상의 휴식을 취해야 한다. 팔을 심장 높이로 책상 위에 올려놓고 측정하며 적어도 측정 30분 전에는 흡연이나 알코올, 커피 등 카페인 섭취를 피한다.

또 상박(위팔)의 3분의 2 정도를 덮을 수 있는 적절한 폭과 상박을 80% 이상 둘러쌀 수 있는 고무주머니가 있는 혈압대를 사용한다.

비만한 사람은 보다 큰 혈압대를, 마른 사람에선 작은 혈압대를 사용해야 오차를 줄일 수 있다. 청진기를 사용해서 혈압을 측정할 경우엔 먼저 혈압대에 압력을 가해 손목의 동맥 맥박이 잡히지 않는 수준에서부터 30mmHg 정도 더 혈압을 상승시킨 뒤 초당 2~3mmHg 정도의 속도로 혈압을 떨어뜨린다.

이때 위팔 동맥 위에서 청진하면서 코르토토코프음이 처음 들릴 때를 수축기 혈압, 소리가 사라지는 시점을 이완기 혈압으로 보면 된다. 측정은 2분 정도의 간격을 두고 2회 측정하여 평균값을 사용한다. 두 측정치의 차가 5mmHg 이상되면 한 번 더 측정해서 평균값을 사용한다.

 

처음 혈압을 측정할 때엔 반드시 양팔의 혈압을 모두 측정한다. 정상적으로 5~10mmHg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다리 부분의 혈압은 보다 넓은 혈압대를 대퇴부의 아래쪽 3분의 1 위에 감아서 측정하며 환자를 엎드린 상태에서 혈압대의 중심을 뒤에 두고 무릎 뒤쪽의 동맥 위에서 청진한다. 다리의 혈압은 정상적으로 팔의 혈압보다 높으나 팔에 비해 20mmHg 이상 높지는 않다.

 

혈압은 얼마나 자주 재야 하는가?

일단 혈압을 측정해서 120/80mmHg 미만의 정상치가 나온 경우에는 2년 이내에 다시 측정해서 변화를 관찰해도 된다. 하지만 고혈압 전단계(120/80~140/ 90mmHg)가 나온 경우는 적어도 1년 이내에 다시 측정해야 한다. 처음부터 혈압이 높은 경우에는 그 정도에 따라 1~2개월 이내로 고혈압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의사 지시에 따라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고혈압 환자 중 상당수가 집에서 측정한 혈압은 정상인데 진료실에서 혈압을 측정하거나 흰옷을 입은 의사 앞에 앉기만 하여도 혈압이 상승하는 백의(白衣)고혈압 현상을 보인다.

이 경우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이 환자의 평상시 또는 평균 혈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이때는 주기적으로 측정한 가정혈압(가정에서 잰 혈압)을 기준으로 하거나 활동혈압(실제 활동할 때의 혈압)을 측정하면 도움이 된다. 특히 고혈압에 의한 장기 손상 유무나 정도는 진료실에서 잰 혈압보다 가정혈압이나 활동혈압과 관련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가정혈압이나 활동혈압을 반드시 고혈압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에 이용할 필요는 없으며 백의고혈압 환자나 혈압약을 사용하더라도 잘 듣지 않는 환자 또는 발작적인 고혈압이나 강압제로 치료할 때 저혈압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야간의 혈압 변화를 평가하고자 하는 경우에 도움이 된다.

 

오병희 서울대의대 순환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