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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 이동통신 요금제]

은행골 2013. 4. 15. 13:50

[조삼모사 이동통신 요금제]휴대폰 요금제의 두 얼굴, 무늬만 무제한·공짜…‘속 빈 강정’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3.04.15 09:23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요금제 꼼수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은 사업자 중심의 요금체계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 1월에 선보인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최근 출시한 음성 무제한 요금제 등 소비자를 위한다는 요금제가 사실상 사업자에게 이득이 되는 요금제인 게 현실이다. 기존 정액제 요금제의 함정부터 최근 출시된 요금제까지, 요금체계 내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 이통 3사의 요금제가 소비자 편의보다는 이통사 수익 극대화에 맞춰져 있어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가 자사 홈페이지에 내건 요금제 광고.

(1) '음성 무제한' 오히려 요금 상승

'데이터 반납하면 음성 공짜'로 유혹

최근 SK텔레콤이 'T끼리 공짜' 요금제를 내놓은 이후 KT도 자사 가입자끼리는 무제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놔 화제다. 그러나 이 요금제는 나오자마자 '무늬만 공짜'라는 비판을 받았다. 오히려 '이통사 수익을 올리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자사 가입자끼리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이하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 실상은 3G 요금제 가입자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다. 같은 이통사 고객끼리에 한해 음성통화 무료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대신 요금을 올려받겠다는 것이다. 실제 '무제한 음성통화' 신규 요금제는 LTE 요금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따라서 3G 가입자를 대거 확보할 경우 월평균 매출(ARPU)이 상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3G 가입자는 LTE 가입자에 비해 ARPU가 1만원가량 낮아 그동안 이통사 수익 악화의 주범으로 꼽혔다.

이통사는 음성 무제한 서비스를 통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통사는 기존 가입자로부터 받아온 초과 음성통화 요금을 포기하게 되지만 그 금액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가입자당 월평균 초과 음성통화 요금은 2000원가량. 대신 이통사는 기존 요금제보다 1000~3000원가량 올려 받음으로써 손실은커녕 이익을 얻는다.

좀 더 자세히 보자. 올인원 54요금제(SK텔레콤 기준) 가입자가 T끼리 55요금제로 갈아타면 데이터는 무제한에서 2GB로 줄어든다. 기존에 쓰던 데이터 수준을 유지하려면 T끼리 65(5GB), T끼리 75(8GB) 등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

또 망내 음성통화가 무제한이란 이유로 기본 음성을 300분에서 180분으로 줄인 것도 감안해야 한다. 유선 또는 다른 이통사 가입자와의 통화 비중이 높은 가입자는 자칫 음성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해놓고도 추가 요금을 물 수 있다. 요금 할인 금액이 줄어들면서 단말 할부금이 늘어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올인원 54요금제에서는 24개월 약정 시 매월 1만7500원을 할인받았다. 그러나 음성 무제한 요금제에서는 1만4250원으로 3250원 감소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SK텔레콤과 KT가 내놓은 음성 무제한 요금제는 기존 요금제보다 요금을 올리면서 데이터, 타사 가입자와의 음성통화 제공량은 줄였다.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잘라 말한다.

(2) LTE 무제한(?) 그림의 떡

가격 비싸고 속도 제한, 제 기능 못 해

지난 1월 LG유플러스가 LTE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자 KT와 SK텔레콤도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았다. 이통 3사가 3G에 이어 LTE에서도 데이터 무제한 시대를 선언한 것. 그러나 3G와 다른 점은 가격대가 터무니없이 높다는 점이다. 3G는 54요금제 이상에서는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LTE는 9만5000원 이상에서만 가능하다. 부가세를 포함하면 1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이통사별로 9만원대 이상 가입자는 5% 이내로 극소수만을 위한 요금제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속도 제한을 걸어놓았다. 기본 제공량을 소진하고 나면 그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할 때는 속도가 느려지는 구조다. 제한 속도는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 2Mbps. 이는 LTE가 아닌 3G 속도에 해당한다.

이통사는 속도 제한에 걸려도 카카오톡 등 메신저 서비스나 일반적인 웹서핑을 즐기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전문가들 의견은 다르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제공하는 14~25GB의 기본 제공량을 소진할 정도면 동영상 등 대용량 서비스를 즐기는 사용자가 대부분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률은 높지 않다. SK텔레콤은 요금제 출시 초반에는 가입자 수를 발표했지만 이후 공개하지 않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경쟁사에 뒤지지 않기 위해 우리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긴 했지만 처음부터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현재 가입자 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통신사들이 올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한시적으로 내놓은 서비스"라며 "가입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다소 성급하게 출시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일부 고객이 지나치게 많은 데이터를 소모함으로써 트래픽 과부하로 속도가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동안 이통사들이 도입하지 않았던 요금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2년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 데이터 사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G의 경우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012년 4분기 기준). 이에 비해 LTE 상위 10% 사용자의 비중은 36%로 낮은데, LTE에서는 그동안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3) 데이터 이월·선물 반쪽짜리

요금제 못 낮추게 하려는 속셈

'이월~이월~이월~'을 부르짖는 버스커버스커의 CM송은 초등학생도 따라 하는 국민CM송이 됐다. 그뿐인가. 중고생들이 철봉에 걸터앉아 '엄마, 아빠 데이터 좀 선물해주세요'라고 울부짖는 광고는 최고 인기 광고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데이터 이월과 선물이 그만큼 우리 사이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KT가 데이터 이월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데이터 셰어링, 선물하기 등 관련 서비스가 쏟아져 나온다.

데이터 이월은 이번 달에 남은 데이터를 다음 달로 이월해 쓸 수 있도록 한 서비스. 국내 이통사 중에서는 KT만 서비스 중이다. 데이터 셰어링은 LTE 요금제에서 제공되는 데이터 용량을 다른 스마트기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한 상품이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이통 3사 모두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선물하기는 SK텔레콤이 지난 2월 내놓은 상품. 남는 데이터의 기본 제공량을 다른 사람에게 한 달 최대 2GB까지 선물할 수 있도록 했다. SK텔레콤은 하루 약 2만건의 데이터 선물하기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통사들이 내놓은 데이터 관련 서비스는 남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고객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서비스는 요금제 갈아타기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지적한다. 데이터가 남는다는 것은 높은 요금제에서 낮은 요금제로 옮길 수 있다는 신호. 데이터 사용보다 음성통화를 주로 하는 가입자들은 낮은 요금제로 옮겨갈 수 있다.

국내 이통사 중 유일하게 데이터 이월 서비스를 진행하는 KT는 2월부터는 요금을 올려 받는다. 지난 1월까지는 LTE 52·62요금제에서 이월이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LTE 55, LTE 65요금제를 새로 만들고 이 요금제 가입자만 이월이 가능하다고 내용을 바꿨다. LTE 34요금제, 42요금제는 애초부터 이월 대상에서 제외됐다.

데이터 이월과 데이터 선물하기 등 이통사들이 시행하는 서비스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고객들의 데이터 사용 패턴은 매월 비슷하다. 이번 달 2GB가 남아 이월한다고 해도 다음 달에 2GB를 더 쓰지는 못한다는 논리. 오히려 다음 달에는 총 4GB가 남는 등 시간이 갈수록 남는 데이터 총량은 계속 늘어날 뿐이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이월된 양이 축적되면 이에 상당한 금액을 요금에서 차감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4) 말만 정액제인 패키지 요금초과 요금 유발로 비싼 요금제 유도증권사에 근무하는 A과장 월급 통장에서는 매달 통신 요금(단말기값 제외)으로 6만5000원에서 7만원가량이 빠져 나간다. LTE 52요금제(KT)에 가입한 그는 매번 기본 제공량을 초과하면서 많게는 1만원 이상을 더 지불해왔다. 업무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전화 통화나 문자메시지 대신 모바일 메신저로 하면서 데이터를 많이 쓴 까닭이다. 들쭉날쭉한 통신 요금에 신경이 쓰인 A과장은 결국 LTE 52요금제보다 한 단계 높은 62요금제로 변경했다. 하지만 손해 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음성(350분), 문자(350건), 데이터(6GB) 모두 쓰지 못할 걸 알기 때문이다.

A과장의 사례처럼 수많은 소비자들이 마땅한 요금제를 찾지 못해 고민에 빠져 있다. 낮은 요금제를 선택하자니 초과 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몰라 걱정이 앞서고, 높은 요금제를 선택하면 기본 제공량도 다 못 쓸 것 같아서다. 이는 부분정액제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부분정액제는 정액제와 종량제가 혼합된 형태를 말한다. 기본 제공량을 초과하면 쓴 만큼 과금이 되는 식이다. 이 경우 대부분 소비자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게 된다. 지난 2월 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LTE 62요금제 가입자는 기본 제공량 중 음성 238분(68%), 문자 100건(28.6%), 데이터 3.2GB(56.7%)를 쓰고 있었다. 음성, 문자 사용량만 보면 LTE 52요금제로 갈아타도 충분해 보인다.

문제는 데이터. LTE 52요금제에서는 데이터 기본 제공량이 2.5GB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이상을 쓰는 소비자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62요금제를 쓸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이통사가 사업자 편의에 맞춰 짜 놓은 음성, 문자, 데이터 묶음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만약 LTE 52요금제와 62요금제 사이에 또 하나의 요금제, 예를 들어 57요금제를 만들고 데이터 4GB를 제공한다면 많은 소비자가 62요금제 대신 57요금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다.

남승용 미디어미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동통신사가 소비자 이용 패턴을 감안하지 않고 수익 극대화 차원에서 요금체계를 만들다 보니 소비자에게 필요 이상의 비용 부담을 지운다. 이통사가 고객 가치를 우선한다면 요금체계를 조밀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SK텔레콤이 선보인 'T끼리 요금제'는 모자라는 데이터 대신 남아도는 음성통화를 무제한 제공해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5) 유명무실 '선택형 요금제'

수익 도움 안 된다는 이유로 가입자 홀대

이통사가 내놓은 현행 요금제만으로는 현재의 비싼 통신 요금 구조를 깨뜨릴 수 없다. 소비자가 직접 음성, 문자, 데이터양을 조합할 수 있는 선택형 요금제 도입이 절실한 이유다. 그러나 이통사는 LTE 요금제 출시 2년이 다 돼가도록 LTE 단말기용 선택형 요금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이통사에 LTE용 선택형 요금제 출시를 권고했지만, 기존 정액 요금제와 똑같은 요율을 요구하는 방통위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차일피일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1년 말 SK텔레콤과 KT가 3G용 선택 요금제를 내놓을 때도 각종 제약을 걸어둬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리했다. 기존 정액 요금제보다 할인 혜택을 줄인 게 대표적. KT의 선택형 요금제인 '스타일 350요금제'에서는 음성 300분(3만5000원), 문자 200건(3000원), 데이터 1GB(1만5000원)를 쓰면 5만3000원이 된다. 데이터를 사용하다 부족해 추가로 구입하려면 가격이 껑충 뛴다. 500MB만 구입해도 1만원이다. 게다가 이렇게 추가로 구입한 데이터를 사용하다 남더라도 이월이 되지 않는다. KT 3G 가입자가 1000원만 더 내면 데이터 무제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i 밸류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는 만큼 제약이 많은 스타일 요금제에 가입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 지난 3월 기준 KT 선택형 요금제 가입자 수는 1만7000여명에 불과하다.

SK텔레콤은 KT보다 2달 앞서 선택형 요금제를 내놓았음에도 가입자 수는 1만여명으로 더 적다. 이는 SK텔레콤의 선택형 요금제가 KT보다 더 불리하게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가입자가 선택형 요금제에 가입해 음성 300분(4만1000원), 데이터 1GB(1만5000원)만 써도 5만6000원을 내야 한다. 문자를 추가하지 않았는데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인 '올인원 54요금제'보다 요금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선택형 요금제는 음성, 문자, 데이터 중 특정 서비스만 많이 사용하는 소비자가 맞춤형으로 요금제를 설계해 보다 저렴하게 사용하는 것이 도입 취지였다. 그러나 최소 사용량을 기준으로 해도 저렴해지는 효과가 별로 없어 소비자들 호응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LTE용 선택형 요금제가 출시돼도 상황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결국 사업자에 최적화된 요금제를 선보일 것이기 때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한 박사는 "3G용 선택 요금제를 살펴보면 기존 정액 요금제보다 더 좋아질 수 없게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전략은 앞으로 나올 LTE폰용 선택 요금제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