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지훈에게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1.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관조적, 서정적, 낭만적, 풍류적, 향토적
▶심상 : 시각적, 후각적 심상
▶운율 : 3음보(민요조)
▶어조 : 달관의 어조
▶특징 : 체언 종결의 간결한 형식미
▶구성 : 변형된 수미 쌍관의 구성
① 향토적 배경(제1연)
② 체념과 달관의 경지(제2연)
③ 외로운 여정(旅程)(제3연)
④ 향토적, 풍류적 정서(제4연)
⑤ 체념과 달관의 경지(제5연)
▶ 제재 : 나그네
▶ 주제 : 체념과 달관의 경지
2. 연구문제
1. (1)이 시의 주제를 선명히 드러내는 두 시어를 찾아 쓰고, (2)그 말들이 무엇을 표상하는지 써 보라.
▶ (1) 달 : 세상을 버린 자의 애닯도록 맑은 정신
(2) 나그네 : 체념과 달관의 경지
2. (1)이 시에서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표현 효과를 증대시킨 연을 찾고, (2)그 이미지의 특징을 밝혀 적어라. 또, (3)어떤 방법으로 어떤 정감을 고조하고 있는지 설명해 보라.
▶ (1) 제4연
(2) 복합 감각 (후각적 심상과 시각적 심상의 호응)
(3) 인사(人事)와 자연을 조화시켜(서경과 서정을 융합하여) 향토적 정감을 고조시켰다.
3. 자음운(子音韻)이 맞으면서 이미지가 연결되는 세 시어를 찾아 쓰라.
▶ 밀→술→놀
3. 이해와 감상
김종길에 의해 "우리 나라 낭만시의 최고의 것"이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는 이 작품은 조지훈의 '완화삼(玩花衫)'에 대한 화답시로 씌어졌다. 이 시는 7·5조의 음절수를 기초로 한 3음보 율격의 민요조 가락과 친근한 우리말 구사, 그리고 간결한 표현 방법을 사용하여, 체념과 달관으로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나그네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많은 이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목월의 대표시 중 하나이다.
이 시에서 중심을 이루는 이미지는 2연과 5연에 반복되는 '구름에 달 가듯이 / 가는 나그네'이다. 본래 '나그네'는 떠도는 구름의 심정으로 여기저기 그저 발길 닿는 대로 흘러가는 사람으로, 구름을 따라 흘러가는 달과 함께 세속적인 집착과 속박에서 벗어난 동양적 해탈의 경지를 표상한다. 유유자적하고 행운유수(行雲流水)한 서정을 짙게 풍기는 이 '나그네'는 작품이 씌어진 식민지 말기의 암울했던 시대적 배경과 관련되는데, 그것은 바로 나라 잃은 백성들의 체념과 달관을 뜻하는 동시에, 현실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시인 자신의 표상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이 시는 시대 현실을 외면한 도피성의 문학으로 비난받을 여지가 충분히 있다.
강나루를 건너가면 밀밭 사이로 외줄기 길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고적한 풍경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강의 푸른색과 밀밭의 푸른 색조가 어울려 짙은 색감을 드러내며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다. 그리고 외줄기 길에서 느껴지는 나그네의 고독은 삼백 리로 더욱 깊어진다. 여기서 '삼백 리'는 실제적 거리라기보다는 화자가 느끼는 고독한 정감을 나타내는 추상적 거리를 의미하며, 삼(三)이란 수(數) 역시 한국적 정감을 나타내는 친숙한 숫자로 향토적 분위기 형성에 이바지하고 있다. 외줄기로 길게 뻗어 있는 쓸쓸한 황토길을 밟으며 술 익는 어느 마을을 지날 때, 마침 서산 하늘 가득히 타고 있는 저녁 노을이 고독한 나그네의 가슴을 온통 서럽게 불태우고 있다. 이렇게 노래되고 있는 자연 풍경은 분명 한국인의 의식 속에 시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정감 어린 정경이다.
이 시는 '강나루' → '밀밭길' → '술' → '저녁놀'로 시상이 발전되고 있는데, 이것은 술의 재료인 '밀'에서 실제의 술인 '술 익는 마을'로, 그리고 익은 술빛을 연상하게 하는 '저녁놀'로 이미지가 확대된 것이다. 따라서 '술 익는 마을'[서정]과 '타는 저녁놀'[서경]의 조화로 자연과 인간이 동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푸른색과 붉은색이라는 색채의 대비와 함께 후각적 이미지와 시각적 이미지의 결합으로 한층 더 승화된 미감을 자아내고 있다.
한편, 1연의 '밀밭 길'이 3연의 '외줄기 길'로 변형, 발전된 것은 밀밭길의 '아름다움'이 남도 삼백 리로 뻗은 외줄기 길의 '고독'으로 변한 것임을 알 수 있으며, 고독한 '길'과 그 길을 가는 '나그네' 사이에 '저녁놀'이 타고 있는 것에서 나그네의 고독한 길이 단순한 고독으로 그쳐 버리는 것이 아닌, 술과 관련되는 황홀 속에 번져 가는 차원 깊은 고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시는 1연을 제외한 나머지 연을 모두 명사형으로 끝맺고 있는데, 이것은 연과 연 사이에 여백을 줌으로써 시상을 함축하여 각 연 사이의 유동성을 막고 감동의 여운을 주는 효과를 지니는 것이다<양승준, 양승국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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