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양하여 잠못 들어 하노라
-이조년-(1269∼1343)
하얗게 핀 배꽃에 달이 환히 비치고 은하수는 돌아서 자정을 알리는 때에
배꽃 한 가지에 어린 봄날의 정서를 자규가 알고서 저리 우는 것일까마는
다정다감한 나는 그것이 병인 양,잠을 이루지 못하노라
클릭해서 원본으로 보세요^^
배 꽃
-홍해리-
잡티 하나 없는 하얀 불꽃이네
호르르 호르르 찰싹이는 은하의 물결.
춤 끝나고 돌아서서 눈물질 때
폭탄처럼 떨어지는 꽃이파리
그 자리마다 그늘이 파여 …
배꽃과 배꽃 사이 천사의 눈짓이 이어지고
꽃잎들이 지상을 하얗게 포옹하고 있다
사형집행장의 눈물일지도 몰라
배꽃은 하나지만 둘이다
나와 내가 하나이면서 둘이듯이
시간은 존재 사이에 그렇게 스민다.
(시집『투명한 슬픔』1996)
배꽃 흩어뿌릴 때 울며 잡고 이별한 임
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
閨怨(규원)
-허난설헌-
비단띠 비단치마 눈물 흔적 쌓였음은
임 그린 1년 방초의 원한의 자국
거문고 옆에 끼고 강남곡 뜯어 내어
배꽃은 비에 지고 낮에 문은 닫혔구나
달뜬 다락 가을 깊고 옥병풍 허전한데
서리친 갈밭 저녁에 기러기 앉네
거문고 아무리 타도 임은 안 오고
연꽃만 들못 위에 맥없이 지고 있네
배꽃 지는 밤
-도 종 환-
어제 핀 배꽃이 소리없이 지는 밤입니다
많은 별들 중에 큰 별 하나가 이마 위에 뜹니다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소리없이 울고 있습니다
오늘 같은 밤 가만히 제게 오는 당신의 눈빛 한줄 만납니다
적막한 봄 밤
램프의 흐린 불빛 한줄기 내 비치는
창안을
갸웃이 들여다 보는 울 밖 배꽃가지의
글썽이는 눈빛,
싸늘한 달빛에
부엉이 울음이 젖고…….
배꽃 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경주군 내동면(慶州郡 內東面)
혹(或)은 외동면(外東面)
불국사(佛國寺) 터를 잡은
그 언저리로
배꽃 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배꽃 화르르 지고
-김정란-
그 언덕을 넘어가
당신을 거기서 보리라는 확신
애초부터 내게는 없어
내 가슴은 너무 가벼워서
벌써 산 사람의 것이 아냐
다만 살고 있기는 해
최소한의 물량 어쨌든 확보된 존재의 자리
방금이라도 꺼질 것처럼 위태하게 흔들리지만
어쨌든, 아직은 안전해, 대체로
그 언덕을 넘어가
거기 모든 것 공중에 떠 있고
배꽃 화르르 지지
stop.거기서.끝.이.야.더.이.상.못.가.
언제까지나 흩날리는 꽃잎들
공.중.에.서.의.유.예.
꽃잎들 꽃잎들 아픔 아주 가까이 스치고 지나가는 여리디여린 향기
당신은...... 오지 않아
다만, 내가 여기까지 온 것 뿐이야
Midnight blue - Electric Light Orchestra
'샘 터 > 아름다운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 도종환 (0) | 2015.07.03 |
---|---|
[스크랩] 고시조 (0) | 2015.07.01 |
[스크랩] 조지훈의 완화삼과 박목월의 나그네 시의 탄생배경에 대하여 (0) | 2015.07.01 |
청노루 -박목월- (0) | 2015.07.01 |
[스크랩] (한국 현대시) 청노루 / 박목월 시인 (0) | 2015.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