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은 약이 효과가 없고 목숨이 위험할 때에 한한다
소가노 우마코의 슈왕 암실사건 이후, 1400년 만의 사건이 1987년에 있었다.
도쿄대학 제1외과에서 쇼오와 일왕의 췌장암을 수술하기로 결정했을 때 화가 난 우익단체가 찾아와 ‘옥체에 칼을 댈 생각이냐’며 협박하였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옥체’라는 말을 알았다.
일왕을 수술한 전례는 없다. 따라서 우익단체들에게 있어 일왕의 몸을 수술하는 일은 소가노 우마코에 버금가는 큰 죄였던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수술을 맡은 모리오카 야스히코 전교수에게는 결찰의 경호가 붙었다.
그러나 환자가 일왕이 아니라도, 우익에게 협박을 받지 않더라도 외과의가 메스를 잡는 경우는 환자를 수술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할 때에 한한다.
얼마 전 충수염(맹장염)으로 병원을 찾은 아이와 아버지가 있었는데, 아버지는 ‘나도 맹장을 수술하였는데, 이 아이도 나처럼 깨끗하게 잘라 달라’고 희망하였다.
그때 나는 이렇게 설명했다.
“아직 가벼운 충수염이므로 약만으로도 나을 수 있습니다. 충수에도 나름의 역할이 있는데, 수술하면 몇 년 후에는 자른 부위가 유착되어 장폐색을 일으킬 수도 있지요. 그렇게 되면 정말 치명적입니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내 설명에 납득하였고, 아이는 약물치료를 받고 며칠 후에 퇴원하였다. 같은 충수염이라 해도 약물이 효과가 없고, 목숨이 위험한 경우에만 수술한다.
외과에 대한 또 하나의 오해는, 외과의는 수술만으로 병을 치료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수술을 대신할 치료방법이 있으면 당연히 그것을 선택한다.
위궤양은 토혈과 천공을 일으키는 위험한 병이었기 때문에 옛날에는 위를 모두 잘라내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위궤양 특효약이 개발된 후 수술은 특별한 경우에만 하고 있다. 이 특효약은 1997년 가을부터 동네 약국에서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게 되었고, 텔레비전에서도 많이 선전하고 있지만 사실은 매우 오래된 약이다.
더욱이 위궤양뿐만 아니라 조기 대장암이나 조기의 위암⋅식도암까지도 수술하지 않고 내시경 치료를 통해 치유할 수 있다.
외과의는 수술만 하는 것이 아니며, 복통과 식욕부진을 호소하는 사람도 외과에서 진찰을 많이 받는다.
내가 시즈오카에 있는 병원으로 옮긴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시즈오카에 사는 지인은 ‘외상(外傷)을 입었을 때 잘 부탁한다.’고 하였다. 그는 외과를 ‘수술 등 외상 환자를 치료하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외과의 범위는 소화기(위장, 간, 담, 췌장)의 절반, 그리고 심장과 혈관에 관련된 병의 4분의 1, 그 밖에도 폐⋅갑상선⋅유선 등을 보고 있다.
소화기 증상이 있거나 암이 걱정될 때는 소화기 전문 내과나 외과에서 수진하면 된다. 그리고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대부분의 외과에서는 암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하기 바란다.
외과는 외상 전문이 아니다. 그리고 수술만 하는 과도 아니다. 외과의의 암 4대 연구주제 가운데 하나는 ‘수술하지 않고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암에 걸리는 사람 걸리지 않는 사람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