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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최익현(崔益鉉)의 인재명(忍齋銘)

은행골 2011. 1. 22. 05:23

50. 최익현(崔益鉉)의 인재명(忍齋銘)

 

 최익현(崔益鉉)은 한말(韓末)의 유학자(儒學者)며 애국지사(愛國志士)로 본관은 경주(慶州), 아명은 기남(奇男), 자는 찬겸(贊謙), 호는 면암(勉菴)이다. 9세 때 김기현(金琦鉉)에게 유학의 기초를 배우고, 14세 때부터 이항로(李恒老) 문하에서 공부했다. 조정에서 관직에 있다가 양주 직곡(直谷)으로 내려가 학문에 힘썼다.(1833, 순조33년-1906, 광무 10년) 선생은 그의 우거하던 서실을 인재(忍齋)라하고 그 곳에 아래와 같은 좌우명을 지어 붙이고 실천하기를 힘썼다.

 

인재명(忍齋銘)

 

 

人有恒言(인유항언) : 사람들이 항시 말하기를

忍斯爲德(인사위덕) : 참는 것이 덕이 된다 하나

殊沒準的(수몰준적) : 기준도 없이 참으면

而難得力(이난득력) : 효력을 얻지 못한다.

忍有當忍(인유당인) : 참는 데도 참을 것이 있으니

氣質之性(기질지성) : 사람에 따라 기질대로 성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好惡任情(호오임정) : 좋고 싫음을 제멋대로 하거나

喜怒失正(희노실정) : 기뻐하고 성냄에 정당함을 잃거나

乖戾動止(괴려동지) : 어긋난 행동을 하거나

鄙悖辭令(비패사령) : 야비한 말을 쓰거나

貨利蟊賊(화이모적) : 돈에 눈이 어둡거나

聲色坑穽(성색갱정) : 성색에 빠진다거나

有一於此(유일어차) : 이러한 것이 하나만 있어도

鮮克自立(선극자립) : 자립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有不當忍(유불당인) : 참아서는 안 될 것 있으니

道義是急(도의시급) : 의로운 일은 급히 행해야 하고

見善如渴(견선여갈) : 선한 일을 보면 목마른 것처럼 하고

見惡探湯(견오탐탕) : 악한 일을 보면 열탕에 손 넣는 듯 싫어하라

兩致誠敬(양치성경) : 지성과 공경을 둘 다 이루고

相顧言行(상고언행) : 말과 행동을 서로 돌아보아

勿忘勿助(물망물조) : 잊지도 말고 돕지도 말라

匪徐匪亟(비서비극) : 느리게도 말고 빠르게도 말라

至足之餘(지족지여) : 지극히 만족한 다음에야

心安理得(심안리득) : 마음이 편하고 이치에 맞다

惟是二端(유시이단) : 이 두 갈래의 실마리는

其機自我(기기자아) : 그 동기가 나에게서 시작되니

苟或放過(구혹방과) : 혹시라도 지나쳐 버리면

胡越其左(호월기좌) : 호나라와 월나라처럼 거리가 멀어지리라

猗汝尹君(의여윤군) : 아름답다 윤군은

善意物茁(선의물줄) : 선의가 식물처럼 자라나고

煌煌齋額(황황재액) : 빛나는 저 당액(堂額)의

顧名務實(고명무실) : 이름을 보고 실행에 힘써서

塤唱篪和(훈창지화) : 형제가 서로 화목하니

三樂居一(삼락거일) : 삼락에 하나는 얻었고

晨夕切磨(신석절마) : 아침저녁으로 갈고 닦아

庶無差失(서무차실) : 조금도 잘못이 없구나.

南方寬柔(남방관유) : 남방의 너그럽고 부드러움이

君子一事(군자일사) : 군자의 한 가지 일이다

張公百忍(장공백인) : 장공의 백 번 참음은

小節已耳(소절이이) : 작은 절조에 불과하지만

頽流自責(퇴류자책) : 퇴폐한 풍조를 자책하는 것

政不尋常(정불심상) : 정말로 심상치 않다.

難易輕重(난이경중) : 난이(難易)와 경중(輕重)을

早合商量(조합상량) : 일찍이 알맞도록 조합하여

佇見收功(저견수공) : 공을 거두니

前修匹美(전수필미) : 선철(先哲)과 나란히 하기를 바라노라.

我其銘之(아기명지) : 나는 이를 명(銘)하여

以警厥始(이경궐시) : 그 처음을 깨우치게 한다.

 

 구한말(舊韓末)의 큰 선비인 면암(勉菴) 최익현(崔益鉉)선생은 대원군의 내정에 대한 부당함을 상소하다가 미움을 받아 물러낫고, 후일 망국조약에 항거하여 의병을 일으켜 왜와 항전하다가 대마도로 유배되었으며, 그 곳에서 순국하였다. 선생의 대쪽 같은 성정은 위의 인재명(忍齋銘)에서도 잘 나타나지만, 깊이 생각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명(銘)의 후반부에 나오는 윤군(尹君)과 장공(張公) 두 사람은 아마도 당시 선생의 측근사람이거나 제자였을 가능성이 있는데, 고증할 수는 없다.

 

 ‘인내(忍耐)하는 일이 덕이 된다.‘ 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참는 기준도 없이 무조건 참기만 하면 참는 효과가 없으니, 마땅히 참을 것을 가려서 참되 각자 기질과 성품에 따라서 참으라.

 

 좋아하고 싫어하는 일을 감정에 따라하거나, 기뻐하고 성내는 일에 정당성을 잃거나, 사리에 어긋난 일을 하거나, 비열한 언어를 구사하거나, 돈 버는 일에만 전념하거나, 노래와 여자에만 몰입하는 행위 등은, 이 중에 한가지사항에만 저촉되어도 스스로 자신을 이기고 설 수 없는 행위이니 참으로 조심할 일이다.

 

 사람이 참아서는 안 될 것도 있다. 의(義)로 운 일을 보거든 앞장서서 행하고, 선한 일을 보거든 목마른 사람이 물을 마시듯 하며, 악한 일을 보거든 끓는 물에 손을 넣는 것처럼 멀리하라. 매사에 지성(至誠)과 공경(恭敬) 두 가지를 다 이루고, 말과 해동을 서로 돌아보아서 언행(言行)을 일치시켜라. 두 가지를 모두 잊지 말고, 서서히 자연스럽게 행한다. 그 결과 만족스러운 후에야 마음이 편안하게 된다. 지극히 정성스런 마음과 공경하는 행실은 모두 다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인데, 만일 둘 다 놓아두면 서로 멀어져서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면, 아름답게 보이는 윤군(尹君)은 항상 선량한 마음이 봄 동산의 풀과 같다. 인재(忍齋-참는 집)라는 당(堂)의 이름처럼 빛난다. 그 이름처럼 힘써서 참더니 집안이 화목하여 맹자의 세 가지 즐거움 중에 한 가지를 이루었구나. 아침저녁으로 행실을 닦아서 거의 차질이 없다. 남쪽의 온화한 봄기운처럼 너그럽고 유순하니 그대는 군자의 일을 이루었다.

 

 또 다른 장공(張公)은 백번이나 참았으나 그 것은 작은 절조에 불과하다. 잘못된 유행을 자책함이 정말로 심상치 않다. 어렵고 쉬우며, 가볍고 무거움을 헤아려서 뚜렷한 공을 세우니, 옛 사람과 같이 아름답구나. 그러나 내가 이 좌우명을 지어주며 시작이 중요함을 깨우치게 한다.‘

선생은 자신이 거처하는 방의 당호(堂號)를 인재(忍齋)라 하고 인내(忍耐)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지만, 참는 일도 가려가면서 참으라고 충고한다. 참으면 안 되는 일도 있고, 반드시 참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가려서 참으라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서 참는 일이 미덕(美德)이 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참을 인자(忍) 백번이면 죽을 목숨도 살린다.‘ 고 하였고, ’한 때의 분함을 참으면 100일의 근심을 던다.‘ 고도 하였다. 그러나 현재는 참고만 사는 일이 반드시 미덕이 아닐 때도 많다. 말할 때는 말하고 참을 때는 참을 필요를 느낀다. 사람마다 자신이 처한 입장을 잘 판단하여 참거나 참지 않을 일을 결정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