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터/아름다운 시

시인 도종환 "담쟁이"

은행골 2011. 9. 30. 15:59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추) 

기러기 떼가 갑니다...브이자로...
그 첫번째 선두에 있는 새에게 가해지는 공기의 저항에 의한 압력은
참으로 크고 고통 스러울 거예요...
두번째 줄의 기러기는 앞에 바람막이가 있어서 그 저항이 75퍼센트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그 뒷줄은 또 다시 그 25프로 삭감된 압력을
받겠죠..

새들은 그 앞자리를 돌아가면서 담당 한답니다... 힘이 들면 뒤로 갔다가
회복 되어서 순서가 오면 다시 앞으로 가고...약한 새끼들은 뒤에 보호하고..
그렇게 그들의 여행을 마친다고 해요..

오늘도 이 곳에 오면서.. 담쟁이 덩쿨처럼.. 기러기처럼..
이 곳에서 만난 인연들인 님들과 그렇게 아름다운 협조자의 관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얼굴도 모르고..( 울 머시라고님만 빼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정확히 잘 몰라도..
오늘 내가 힘이 들고 지칠 때.. 위로 받고..
내일 네가 눈물 흘릴 때 등 토닥여 주는.. 그런..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아~..손 잡고 끌어주시니.. 참 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