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터/아름다운 시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은행골 2013. 2. 26. 10:33

나옹 혜근, 청산은 나를보고 말 없이 살라하고

 

오대산 북대 미륵암에서 나옹 혜근의 선시 "토굴가"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바다는 나를보고 청정히 살라하고

대지는 나를보고 원만히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나옹선사의
법명은 혜근(惠勤)이고 나옹은 호이다.
어머니 정씨가 하루는 꿈 속에서 황금빛
새 한 마리를 보았는데 그 새가 날아와 머리를
조아리면서 입에 물고 있던 알을 품속에 떨어뜨렀다.

그 뒤로 어머니에게 태기가 있어
고려 충숙왕 7년(1320) 정월 15일에 나옹을 낳았다.
나옹은 친구의 죽음을 보고 인생의 무상함을 느껴
스무살 때 공덕산 묘적암에서 요연선사(了然禪師)를 스승으로 출가한 뒤
여러 절을 돌아다니다가 회암사에서 4년 동안 정진한 뒤 깨달음을 얻었다


고려 말 오대산의 북대암(北臺庵)에서
수도하던 나옹 혜근(懶翁 慧勤; 1320-1376)은
매일 월정사로 내려가 부처님께 콩비지국을 공양 올렸다

어느 겨울 날 혜근이 비지국을 받쳐들고
눈길을 조심스레 가고 있는데 소나무 가지 위에
쌓여 있던 눈이 떨어져 혜근을 덮쳐 비지국을 쏟고 말았다
그리하여 오대산에는 지금까지 소나무가 없고 전나무가 번성한다고
당시의 아홉 그루 전나무 중 두 그루가 일주문 가까이에 큰 키로 서 있다
 


나옹은 스물여덟살 되던 해에
멀리 중국 땅에 건너가서 원나라 연경에 있는
법원사의 인도승 지공화상을 찾아가 불도를 물었다.
지공화상은 낯선 젊은 구도자의 모습을 훑어보며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고려 땅에서 왔습니다."

"배를 타고 왔느냐
육로로 왔느냐

아니면 신통(神通)으로 왔느냐?"

"신통으로 왔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앞에서 신통을 보여라."

그러나 나옹은 그저 한손으로
다른 한 손목을 움켜잡고 서 있을 뿐이었다.

지공화상이 다시 물었다.
"누가 그대더러 여기까지 오라고 하던고?"

"스스로 왔습니다."

"무슨 일로 왔는가?"

"후세 사람들을 위하여 왔습니다."

그제서야 지공화상은
나옹을 다른 대중에게 소개하며

절에 머물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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