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인형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 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네 소금인형/류시화 너에게 가려고 나는 강물을 만들었다 강은 물소리를 들려주었고 물소리는 흰 새 떼를 날려보냈고 흰 새 떼는 눈밭을 몰고 왔고 눈밭은 울음을 터뜨렸고 울음은 강을 만들었다 너에게 가려고 이번 달/안도현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꿈/황인숙
당신을 만나 안고 안기는 것이 꽃이고 향기 일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지금 그리로 가고 싶어요. 거기 가고 싶어요/김용택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미안하다/정호승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序詩/나희덕 그 사막에는 그는 너무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사막/오르탕스 블루 우리가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 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김종해 오늘도 당신 생각했습니다 문득문득 문소리도 듣고 싶고 손도 잡아보고 싶어요 언제나 그대에게 가는 내 마음은 빛보다 더 빨라서 나는 잡지 못합니다 내 인생의 여정에 다홍꽃 향기를 열게 해 주신 당신 내 마음의 문을 다 여닫을 수 있어도 당신에게 열린 환한 문을 나는 닫지 못합니다 해 저문 들길에서 돌아오는 이 길 당신은 내 눈 가득 아른거리고 회색 블럭담 앞에 붉은 접시꽃이 행렬을 섰습니다 오늘도 당신 생각했습니다/용혜원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함께 있을 수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 원망치 말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인연설/만해 한용운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 속에,내가 네 꽃잎 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 지워지지 않는 것이냐 그리움도 손끝마다 핏물이 배어 사랑아 너는 아리고 아린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이냐 봉숭아/도종환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 머물어 있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대추는 대추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너는 내 가슴 속에 들어와 익는다.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서 서서히 물러가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를 떠나야 하고 너는 내 가슴 속을 떠나야 한다 9월이/나태주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모습 보이는 곳까지만 목소리 들리는 곳까지만 가거라 돌아오는 길 잊을까 걱정이다 사랑아 부탁/나태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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